(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정규시즌 막판, 향후 안방을 책임질 거포 포수 유망주 이주헌(21)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주현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8번 타자 포수로 데뷔 처음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를 치고 2타점을 수확했다.
전날 잠실 한화전에서 9회 대수비로 출전해 1군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상혁의 도루 때 2루에 강하고 정확한 송구를 던졌다.
비록 아웃을 잡아내지는 못했어도 LG 코치진은 '총알 송구' 한 번에 가능성을 읽었고, 이날 선발로 마스크를 썼다.
이주헌은 2회 2사 3루에서 좌익수 쪽 2루타로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수확한 뒤 5회 무사 1루에서는 내야를 빠르게 빠져나가는 안타로 멀티 히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7회 1사 3루에서는 또 좌익수 쪽 2루타를 터트려 3-1로 점수를 벌렸다.
경기 후 만난 이주헌은 "선발 출전하는 건 어제(25일)저녁에 말씀해주셨다. 그때부터 가슴이 뛰고, 경기 들어가기 전까지 많이 떨렸다. 1회 지나니까 긴장이 풀렸다"고 했다.
2회 터진 첫 안타 순간은 "(2루까지) 뛰면서 좋기는 했는데 딱히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엄청나게 신나진 않았다"면서 "3안타는 아예 상상도 못 했다. 감 좋을 때 기회 주셔서 결과가 나왔다"고 자세를 낮췄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2022년 2차 3라운드에 지명받은 이주헌은 고교 시절부터 타격보다는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입단 첫해 퓨처스리그에서 그는 타율 0.073(41타수 3안타)에 그쳤고, 타격에 관한 숙제를 가슴에 품고 2022년 10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이주헌은 "워낙 타격 성적이 안 좋아서 이대로 (복무 마치고) 나와서 치면 쉽지 않겠다 싶어서 군대에서 틈날 때마다 스윙했다. 군대 간부님께 말씀드렸더니 방망이 가져와서 훈련하라고 배려해주셔서 티배팅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연천군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한 그에게 자세한 보직을 물으니 병기와 탄약을 관리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군대에서 '총알'을 세던 이주헌은 반년 만에 관중으로 가득 찬 잠실구장에서 총알 송구를 뿌리고, 미사일 같은 타구를 날렸다.
이주헌은 "오늘 선배들이 '별거 없다. 떨지 말고 가서 놀아라'라고 하더라"면서 "상상하던 데뷔전 모습이다. 주자로 나가서 응원 소리 들으니까 소름도 돋았다"고 했다.
제대 후 팀에 복귀한 이주헌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84, 6홈런, 21타점으로 활약한 덕분에 1군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주헌은 "(제대 후) 잔류군에 합류해서 운동하는데, 김재율 코치님이 계속 자신감 심어 주셨다. 2군 올라가기 앞서서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당겨 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바꾸니까 홈런이 나왔다"고 고마워했다.
포수로도 이주헌은 합격점을 받았다.
이날 LG 선발 엘리 에르난데스는 이주헌과 호흡을 맞춰 5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단 1점만 내줬다.
이주헌은 "에르난데스와 경기 전 얘기를 나눠서 사인을 냈다. 에르난데스가 저를 믿고 와준 것도 있다. 하이패스트볼이 좋아서 많이 썼다"고 했다.
이제 LG는 정규시즌 2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주헌에게 선발 기회를 주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포스트시즌 엔트리도 고민해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주헌은 "포스트시즌 출전은 제가 생각할 부분은 아니다. 묵묵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 "남은 경기에서는 후회 없이, 욕심부리지 않고 성실하게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