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1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토마스 피터르스(벨기에)는 세계랭킹 31위가 말해주듯 세계 정상급 경기력을 지녔다.
세계랭킹 50위 이내는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을 비롯한 특급 대회 출전이 보장된다.
피터르스는 라이더컵에 유럽 대표로 출전했고, 올림픽에도 벨기에 대표로 나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카드가 없다.
PGA투어 카드가 없는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는 피터르스 혼자다.
그는 주로 월드 골프투어(옛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에서 뛴다. DP 월드투어에서 6차례나 우승했다.
PGA투어 나들이는 가물에 콩 나듯 드물다.
피터르스는 2017년 초청 선수로 출전한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PGA투어 카드 획득을 눈앞에 뒀다.
PGA투어는 비회원이라도 초청으로 나와서 페덱스컵 포인트를 기준 이상 따면 투어 카드를 준다.
그런데 당시 그는 "투어 카드를 받아도 PGA투어에서 뛸 생각이 없다"고 미국 언론에 밝혀 화제가 됐다.
누구나 선망하는 PGA투어 무대를 고사한 이유는 벨기에에 사는 누나와 조카, 형을 비롯한 가족과 헤어져 살기 싫어서였다.
그는 "PGA투어에서 뛰면 너무 외로웠다. 가족을 보러 집에 다녀오려면 너무 오래 비행기를 타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5년 만에 돌아온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하루 앞둔 10일 피터르스는 "(PGA투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대회를 봐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대회다. 여기서 뛰지 않겠다고 말할 순 없다"고 바뀐 마음을 솔직히 밝혔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총상금 2천만 달러에 우승 상금이 무려 360만 달러에 이른다.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 46명이 출전했고, 코스 상태와 선수들에게 대한 대우도 남다르다.
피터르스는 "이제 나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 가족이 나를 보러 오면 된다"면서 PGA투어에서 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이 대회에 출전하는 피터르스는 당분간 미국에 머물면서 PGA투어 대회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행히 그는 워낙 세계랭킹이 높아 특급 대회를 포함해 PGA투어 대회 출전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비회원이니만큼 이른 시일 안에 투어 카드를 손에 넣을 만큼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