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스프링캠프 착시 현상과 시범경기의 중요성

[천병혁의 야구세상] 스프링캠프 착시 현상과 시범경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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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서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한 지난해 우승팀 kt wiz.
부산 기장군에서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한 지난해 우승팀 kt wiz.

[kt wiz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수년 전 수도권의 한 구단 단장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전지훈련 하면서 우리 팀 투수들의 예상 승수를 대충 계산해 봤어요. 이 투수는 올해 최소한 몇 승을 해 줄 것 같고, 저 투수도 최소 몇 승을 올릴 거라고 대충 계산했더니 총 예상 승수가 100승이 넘더라고요. 참 나…."

하지만 그 팀은 그해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했다.

상당수 구단 관계자들이 전지훈련 때마다 겪는 착각이다.

겨우내 야구를 쉬었다가 햇빛 좋은 캠프지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면 괜히 기분부터 좋아진다.

타자들은 연습배팅에서 펜스 너머로 장타를 펑펑 날리고, 투수들은 '쌩, 쌩' 소리를 내며 캐처 미트에 강속구(?)를 꽂는다.

이 선수도 좋아 보이고, 저 선수도 좋아 보이니 올해는 무조건 일을 한번 낼 것 같기도 하다.

전남 함평 KIA챌린저스필드에서 훈련 중인 KIA 선수들
전남 함평 KIA챌린저스필드에서 훈련 중인 KIA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일부 구단은 이 같은 환상이 정규리그 개막 1주 만에 깨진다.

캠프에서는 그렇게 잘 던지던 투수가 막상 실전에서는 스트라이크조차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

장타를 펑펑 날리던 타자는 긴장감에 어설프게 방망이를 돌리다 빗맞은 타구만 만들고 있다.

이런데도 코칭스태프나 프런트가 재빨리 대안을 찾지 못하고 믿는 선수들만 계속 믿는다면 바로 '망한' 시즌이 된다.

이래서 몇몇 구단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대한 다른 팀과 연습 경기를 많이 치르려고 일정을 짠다.

자체 청백전이 아닌 상대 팀과 경기를 해봐야만 선수들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국내 구단들이 일본에서 '오키나와 리그'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주로 미국에서 전지 훈련했던 키움 히어로즈는 일본에는 자신들이 확보한 훈련장도 없었지만 오키나와에 들러 연습경기만 치르고 귀국하기도 했다.

당시 구단들은 날씨가 국내보다 따뜻한 해외에서 길게 훈련하려다 보니 시범경기 일정을 줄여 달라고 KBO에 요청했었다.

경북 경산 삼성라이온즈 볼파크에서 훈련 중인 삼성 선수들
경북 경산 삼성라이온즈 볼파크에서 훈련 중인 삼성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10개 구단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훈련하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이번 주말 개막하는 시범경기는 팀당 16경기로 지난해보다 6경기 늘어났다.

팀으로서는 소속 선수들의 기량을 최종 점검하는 게 상대 팀 전력도 제대로 파악할 좋은 기회다.

하지만 단순히 시범경기 승패나, 선수들의 활약도에만 집중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1위, 롯데 자이언츠는 3위를 차지했지만 '가을야구'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선수 개인들의 장점은 극대화해야 하지만, 팀 전체로는 시범경기를 통해 반드시 약점을 찾아야 한다.

구단 스스로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2군이나 트레이드 등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기나긴 페넌트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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