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472일 만에 던진 150㎞ 강속구…라이벌전에 다 쏟아냈다

김광현, 472일 만에 던진 150㎞ 강속구…라이벌전에 다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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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형 조기 강판 모습, 마음이 좋지 않았다"

"둘 다 최고의 컨디션일 때 다시 한번 선발 맞대결 펼치고파"

김광현
김광현 '위기 탈출을 위해'

(대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 6회말 무사 만루 SSG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5.7.26 [email protected]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SSG 랜더스 김광현(37)은 과거 좌완 파이어볼러의 표본이었다.

시속 150㎞대 직구와 140㎞대 고속 슬라이더로 프로야구 무대를 평정했다.

김광현이 이 악물고 던진 경기에선 누구도 쉽게 안타를 만들지 못했다.

김광현을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함께 국내 최고 좌완 투수로 꼽는 배경이다.

그러나 김광현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는 법.

김광현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복귀한 2022년부터 시속 140㎞대 중반 구속을 주로 찍기 시작했다.

그는 특유의 와일드한 투구폼과 빠른 공으로 타자를 윽박지르기보다 다양한 변화구와 완급 조절 능력으로 타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2024년 4월 10일 인천 SSG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 2회초 김휘집(현 NC다이노스)에게 던진 3구째 직구는 김광현이 마지막으로 던졌던 시속 150㎞대 강속구였다.

그는 2024시즌 나머지 경기에서 단 1개의 150㎞대 직구도 던지지 못했다.

올해도 그랬다. 지난 20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올 시즌 치른 18경기에서 던진 1천668개의 공 중 시속 150㎞ 이상을 찍은 공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김광현
김광현 '한국 최고 좌완 자리를 내 것!'

(대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 1회말 SSG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2006년 데뷔한 류현진과 2007년 데뷔한 SSG 김광현의 첫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으나 류현진은 1회초 5실점 하며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2025.7.26 [email protected]

2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은 김광현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희대의 라이벌로 꼽히는 류현진과 생애 첫 선발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광현은 경기 3일 전 "전성기가 지난 만큼 부담을 덜고 편안하게 던지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경기 시작 전부터 방송 카메라가 몸 푸는 모습을 찍는 등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더라"라며 "(류)현진 형과 선발 맞대결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선발 등판 경기에서 철저하게 짜인 루틴을 따르는 김광현은 이날 변화를 줬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평소와는 달랐다.

류현진을 꼭 이기겠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일종의 낭만이라고 해야 할까, 둘 다 치열한 투수전을 펼쳐서 최고의 경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선동열-고 최동원이 연장 15회 완투 무승부를 펼쳤던 '불멸의 라이벌전'을 생각한 듯했다.

김광현의 계획은 1회초에 틀어졌다.

SSG 타선이 류현진을 난타하며 대거 5점을 뽑았고, 류현진은 2회초 수비 때 교체되며 조기 강판했다.

마운드엔 김광현 홀로 남아 투구를 이어갔다.

류현진은 강판했으나 김광현은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마치 몸이 박살 나도 좋다는 듯 전성기 모습처럼 이를 악물었다.

김광현
김광현 '위기 탈출을 위해'

(대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 6회말 무사 만루 SSG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5.7.26 [email protected]

5-0으로 앞선 2회말 1사에서 김태연에게 3구째 던진 몸쪽 직구 구속은 시속 150㎞가 찍혔다.

지난해 4월 10일 키움전 이후 무려 472일, 약 1년 3개월 만에 던진 150㎞ 강속구였다.

1천개가 넘는 공을 던지도록 나오지 않던 숫자 '150'이 라이벌전에서 나왔다.

김광현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각오로 이날 경기에 등판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쳤고, 힘이 빠진 6회에 4연속 안타를 허용해 첫 실점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노시환을 병살, 채은성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6회를 마무리했다.

임무를 마친 김광현은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관중들의 함성을 끌어올렸다.

이날 SSG는 김광현의 6이닝 2실점 역투를 발판 삼아 9-3으로 승리했다.

류현진과의 첫 맞대결 승리 거둔 김광현
류현진과의 첫 맞대결 승리 거둔 김광현

(대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가 끝난 뒤 김광현이 팬들에게 인사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김광현은 6이닝 2실점하며 팀의 9-3 승리를 견인하며 류현진과의 첫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2025.7.26 [email protected]

경기 후 만난 김광현은 "1회 최정 형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며 "최근 팀 타선이 많은 점수를 내지 못했기에 오늘 경기에선 딱 1점만 지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1회부터 대량 득점을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현진이 형이 조기 강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우리 두 명 모두 최고의 컨디션일 때 다시 한번 선발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구 최고 시속 150㎞를 찍었다는 말에 "거짓말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올해 150㎞ 구속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나와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지난달 어깨 뭉침 현상 때문에 엔트리에서 빠진 적이 있는데, 당시 팔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과정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면서 좋은 공을 많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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