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t wiz의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37)은 올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프로야구에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적응에 실패하면서 깊은 구렁텅이에 빠졌다.
3월 한 달간 타율은 0.172. 규정타석을 채운 KBO리그 타자 73명 중 63위였다.
황재균은 답답한 마음에 ABS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4월 26일 SSG 랜더스와 방문 경기에서 몸쪽 낮은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자 헬멧을 집어 던져 퇴장당했고, 이후 인터뷰를 통해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시스템의 문제보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황재균을 탓하는 목소리가 컸다.
황재균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2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을 마치고 만난 황재균은 "당시엔 나 스스로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마구잡이로 스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kt 데이터 분석팀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데이터 팀 관계자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며 "자료를 살펴보니 ABS 스트라이크 존 밖에 날아오는 공에 관한 스윙 비율이 말도 안 되게 높더라. 그때부터 스트라이크 존 경계선에 걸치는 공은 깨끗하게 포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머릿속에 가득 찼던 ABS에 관한 의식을 지워버렸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공략할 수 있는 공을 집중해서 노렸다.
훈련량도 줄였다.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 등 기본 훈련에만 전념했다. 타격에 관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성적은 조금씩 개선됐다.
7월 말부터는 무서운 기세로 안타를 생산했다.
황재균은 7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4경기 연속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행진을 이어갔고 이달 2일 NC 다이노스전과 7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4안타씩을 몰아쳤다.
22일 키움전에선 승부를 가르는 시즌 10호 홈런을 날렸다.
그는 2-2로 맞선 6회말 공격 2사에서 키움의 두 번째 투수 김선기를 상대로 높은 슬라이더를 걷어내 왼쪽 폴을 맞히는 솔로포를 폭발했다.
kt는 이 홈런으로 키움을 3-2로 눌렀다.
황재균은 이날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7월 20일 이후 타율은 0.337을 찍었다.
그는 "요즘 타격감이 살아났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