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준우승에 그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16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제 변화하고, 새로운 장을 열 때다. 일요일(14일) 베를린에서 치른 스페인과의 결승전이 잉글랜드 감독으로서 내 마지막 경기"라고 사임을 발표했다.
스페인과의 유로 2024 결승전에서 패한 뒤 이틀만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역시 SNS를 통해 "마크 벌링엄 최고경영자(CEO)가 사임을 결정한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2016년부터 잉글랜드를 이끌고 102경기를 지휘한 '장수 사령탑'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로써 8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계약은 오는 12월까지였으며, FA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어주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로는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와 연을 맺지 못해 '우승 갈증'에 시달려오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지휘 아래 잉글랜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4위, 유로 2020 준우승 등 호성적을 냈고, 그때까지만 해도 팬들의 지지는 굳건했다.
그러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4위에 그치면서 '사우스게이트호'를 향한 부정적인 평가가 커졌다.
잉글랜드는 이번 유로 2024에서는 스페인과 결승에서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유로에서와 같은 성적을 냈지만,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터여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향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조별리그 슬로베니아와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고서는 팬들이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향해 플라스틱 맥주컵을 던지기도 했다.
비록 '새드 엔딩'으로 끝났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분명 빼어난 성과를 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 전에는 어떤 지도자도 잉글랜드를 이끌고 메이저 대회 결승에 두 번 오르지 못했다.
국외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 잉글랜드를 올려놓은 것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처음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 재임 기간 잉글랜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안에 6년 동안이나 들었다. 그가 지휘봉을 잡기 전에는 고작 7개월이 5위 안에 든 최장기간이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성명에서 "자랑스러운 잉글랜드인으로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뛰고, 또 대표팀을 지휘한 것은 내 인생의 영광이었다. 난 모든 것을 바쳤다"고 돌아봤다.
FA 회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영국 왕세자는 SNS에 "개러스에게 FA 회장으로서가 아니라 잉글랜드 팬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 인사를 전한다"면서 "극심한 압박과 비판적 시선 속에서 겸손과 연민,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준 점에 감사하다"고 적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후임으로는 에디 하우(잉글랜드) 뉴캐슬 감독, 토마스 투헬(독일) 전 바이에른 뮌헨 감독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