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진격의 박민지'가 돌아오려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2021년부터 작년까지 3시즌 동안 무려 14승을 쓸어 담으며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던 박민지는 올해는 존재감이 다소 흐릿해졌다.
3월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공동 4위, 이달 초 교촌 레이디스 오픈 공동 10위 등 두차례 톱10에 올랐지만, 박민지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 아니었다.
박민지는 심지어 지난 12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는 7오버파 79타를 치고 컷 탈락했다. 두 번이나 우승했던 대회인 데다 메인 스폰서 주최 대회였기에 박민지한테는 충격의 컷 탈락이 아닐 수 없었다.
박민지는 2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9억원)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때렸다.
서어진, 노승희와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선 박민지는 우승 경쟁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대회에서 공동 8위 이내에만 들면 장하나를 뛰어넘어 통산 상금 1위에 오르는 박민지는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투지를 내보였다.
스코어만큼 경기 내용이 깔끔했다.
이날 박민지는 단 두 번만 그린을 놓칠 만큼 샷이 정확했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서 7번이나 한번의 퍼트로 홀아웃했다.
박민지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때 샷이 다 안 됐다. 컷 탈락한 뒤에 이 대회를 시작하기 전까지 샷 연습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시즌 시작 때부터 출전 일정에서 뺐던 지난주 두산 매치플레이 기간에 그는 "연습과 (체력) 운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밝혔다.
박민지의 이날 선전은 살아난 샷과 투지뿐 아니라 영리한 코스 공략이 한몫했다.
박민지는 "그린이 빠르고 어렵다. 퍼트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수월하게 퍼트하려면 그린을 공략할 때 어느 곳에 볼을 떨궈야 하는지 파악하고 그곳으로 볼을 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린 앞부분에 핀을 꽂은 18번 홀(파5)에서도 박민지는 그린 밖에 공을 떨궈 그린으로 굴러 들어가게 웨지를 쳤고 버디를 잡아냈다.
박민지는 "이 코스에서 보기 없이 5언더파를 친 건 꽤 잘한 것"이라면서 "내일도 5타 이상 줄이려면 어떻게 쳐야 할지 연구하면서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한화 클래식 이후 모처럼 첫날 선두에 나선 박민지는 "저, 박민지잖아요"라면서 강한 자신감마저 내비쳤다.
작년 KG 레이디스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서연정에 졌던 노승희는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뽑아냈고, 2022년부터 KLPGA투어에서 뛰면서 5위 이내에 2번밖에 든 적이 없는 서어진은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줄였다.
이채은이 4언더파 68타로 공동 선두 3명을 1타차로 추격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방신실은 1오버파 73타를 쳐 컷을 통과하려면 2라운드 분발이 요긴해졌다. 방신실은 8번 홀(파3)에서 프로 데뷔 이래 첫 홀인원의 행운으로 4천만원 짜리 침대 세트를 받았다.
최근 2개 대회에서 준우승·4위를 했던 윤이나는 5오버파 77타를 쳐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