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16강에 오른 자메이카 선수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국가대표팀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자 월드컵에 자메이카 유니폼을 입고 뛴 일부 선수는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월드컵에 참여한 23인 엔트리 전원이 북중미카리브해연맹(CONCACAF) 여자 골드컵 예선에 뛰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입장문을 공유했다.
이 입장문에서 선수들은 "자메이카축구협회의 부당한 대우를 끝내기 위해서는 이런 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협회가 조성한 여건에서 우리는 맡기로 한 역할을 해낼 수 없다"고 규탄했다.
대표팀은 오는 25일 파나마와 역내 국가대항전인 골드컵 예선 홈 경기를 앞둔 상황이다.
자메이카축구협회는 전날 23인 엔트리를 발표했는데, 정작 지난 7월 열린 여자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는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선수들은 "우린 부족한 의사소통과 질 낮은 조직·운영을 견뎌야 했다. 상금 수령도 점점 연기되고 있다"며 "우리는 월드컵에서 역사적 성과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자메이카 선수들은 이번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16강 무대를 밟았다.
'강호' 브라질을 F조 3위로 밀어내면서 프랑스에 이은 조 2위를 차지했다.
조별리그 1차전 프랑스와 0-0으로 비기고, 2차전에서 파나마를 1-0으로 꺾은 자메이카는 브라질과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는 '짠물 수비력'을 자랑했다.
이후 콜롬비아에 0-1로 져 16강에서 발길을 돌렸으나, 2019년 프랑스 대회에서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더니 4년 만에 16강행까지 이루는 역사를 썼다.
FIFA 정책에 따라 16강에 오른 팀의 선수 전원이 인당 6만달러(약 8천만원)를 상금으로 받는다. 다만 FIFA는 해당 금액을 선수가 아니라 각 협회에 배분해 재정난을 겪는 일부 협회가 이를 제대로 선수들에게 나눠주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자메이카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 전부터 열악한 처우에 선수들이 분개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지난 6월 자메이카 선수들은 그간 국가대표 경기 수당도 제때 받지 못했고, 지원도 부실하다며 공개적으로 자국 협회를 비판했다.
협회가 월드컵 참가 자금조차 마련하지 못할까 봐 불안했던 미드필더 하바나 솔론의 어머니가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직접 후원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