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왕' 이승엽(46) 두산 베어스 감독은 사령탑에 오르기 전인 지난해 일본의 2000년생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스)를 떠올리며 "한국에도 젊은 거포가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감독은 2023년 두산 더그아웃에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젊은 거포'로 자리매김 한 2000년 12월생 노시환(22)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노시환은 최근 5경기(4일 KIA 타이거즈∼9일 kt wiz전)에서 홈런 5개를 몰아치며 홈런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9일 kt전에서는 처음으로 한 경기 3홈런을 쳤다.
홈런 2위 최정(36·SSG 랜더스)도 홈런 1개를 쳤지만, 둘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9일까지 노시환은 26홈런으로, 21홈런의 최정에게 5개 차로 앞섰다.
노시환은 의미 있는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는 만 23세가 되기 전에 2023시즌을 끝낸다.
역대 KBO리그에서 만 23세 이전에 홈런왕을 차지한 타자는 만 21세의 역대 최연소 홈런왕(1997년) 기록을 보유한 이승엽 감독과 만 22세인 1990년에 타이틀을 얻은 장종훈 KBO 재능기부위원, 단 두 명뿐이다.
노시환이 최정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면, 이승엽 감독, 장종훈 위원에 이어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어린 홈런왕에 오른다.
타점, 타율 기록이 더해지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기록'도 달성할 수 있다.
노시환은 9일까지 3할대 타율(0.307)을 유지하면서, 타점 71개를 수확했다.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이 기록을 달성한 타자는 장종훈 위원이다. 장종훈 위원은 만 23세인 1991년에 타율 0.345, 35홈런, 114타점을 올렸다.
이승엽 감독은 1997년, 만 21세에 타율 0.329, 32홈런, 114타점으로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노시환이 타율 3할을 유지하면서, 30홈런, 100홈런 고지까지 밟으면 만 22세로 이승엽 감독에 이은 두 번째 최연소 기록을 작성한다.
노시환이 여러 차례 존경심을 드러낸 김태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만 21세이던 2003년에 타율 0.319, 31홈런을 쳤으나 타점은 95개로 100개를 넘지 못했다.
노시환은 30홈런·100타점만 달성해도, 이 부문 역대 최연소 2위 기록을 세운다.
변수는 9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야구 종목은 10월 1일에 시작한다.
노시환은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됐다.
KBO는 아시안게임 기간 정규시즌을 중단하지 않는다. 노시환은 2주 이상 KBO리그 정규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
2023시즌 노시환은 144경기가 아닌 130경기 정도를 치르는 셈이다.
이승엽(467홈런)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450홈런 고지를 밟은 최정이 '몰아치기'에 능한 터라, 노시환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에 격차를 벌려놔야 '역대 3번째 최연소 홈런왕'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