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2022년 2월 열리는 아시안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 달러)에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허가할 것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채널은 1일 "PGA 투어에 선수들의 사우디 인터내셔널 출전을 허가했는지 물어본 결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PGA 투어 대변인은 골프채널에 보낸 답변을 통해 "아직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투어 규정에 따르면 소속 선수들의 다른 투어 대회 출전 허가 여부는 대회 30일 전까지 결정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아시안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2022년 2월 3일 개막하기 때문에 규정대로라면 PGA 투어는 2022년 1월 3일까지 소속 선수들이 이 대회에 나갈 수 있는지 정해주면 된다.
아시안투어는 지난달 더스틴 존슨, 잰더 쇼펄레, 브라이슨 디섐보, 필 미컬슨(이상 미국) 등 PGA 투어 소속의 톱 랭커들이 2022년 2월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출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PGA 투어는 올해 7월 "사우디 자본이 여는 대회에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때는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아시안투어가 주관하는 것이 확정되기 이전이었다.
이때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가 PGA 투어에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아시안투어가 주관하더라도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느냐"고 물었고 당시 PGA 투어는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PGA 투어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중심의 세계 골프 질서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최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아시안투어에 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최근 3년간 DP 월드투어 대회로 열리던 사우디 인터내셔널도 아시안투어 대회로 편입됐다.
PGA 투어로서는 사우디 인터내셔널 대회가 못마땅하지만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를 함께 여는 단체 가운데 하나인 아시안투어 대회 출전을 금지하기도 쉽지 않은 입장이다.
PIF가 아시안투어에 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세운 투자 회사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의 대표를 맡은 전 세계 랭킹 1위 그레그 노먼(호주)은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스포츠를 통해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내가 이용당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19년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처음 개최할 때부터 2018년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노먼은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어떤 나라나 과거에는 안 좋은 일들이 있기 마련이고 미국도 이 점에서는 인종차별 등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