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지난달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백석현(32)은 양잔디 코스를 좋아한다.
중학생 때부터 태국에서 골프를 익혔고, 2021년까지 주로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서 뛰었던 탓에 한국 잔디가 깔린 국내 코스 적응에 애를 먹었다.
그가 첫 우승을 일군 SK텔레콤 오픈이 열린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도 페어웨이에 양잔디를 깔았기에 마음껏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백석현은 8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5억원)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쳤다.
오전에 경기를 시작한 선수로는 이형준과 함께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린 백석현은 첫 우승을 따낸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정상을 넘볼 기회를 잡았다.
에이원 컨트리클럽은 페어웨이에 한국 잔디를 깔았는데도 백석현은 이날 이글 1개에 버디 4개를 잡아내고 보기를 하나도 적어내지 않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9번 홀(파5)에서는 315야드를 날아가는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군 뒤 261야드를 남기고 때린 불이 피운 2.5m 옆에 떨어져 이글을 만들어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백석현은 "이제 한국 잔디에서도 적응이 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무섬증까지 느끼던 한국 잔디에서도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비결을 그는 "공을 치는 방법을 약간 바꾼 게 주효했다"면서 "양잔디에서 치듯 공을 눌러 치지 않고 약간 쓸어치는 듯이 친다"고 설명했다.
잔디 특성에 따라 스윙을 바꿀 만큼 '내공'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는 "우승하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다. 내 골프에 대한 확신이 생기니까 한국 잔디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처음 우승했을 때 짧은 퍼트 상황에서 볼이 아닌 홀을 보고 때리는 '노룩 퍼트'로 주목받았지만 "임시방편"이라던 그는 "사실은 요즘도 종종 퍼트가 안 될 때는 볼을 보지 않고 퍼트한다"고 털어놨다.
시즌 2승 선착 경쟁에서 첫걸음을 잘 내디딘 백석현은 "성적으로 목표를 말하기보다는 대회 기간 내 찬스가 찾아오면 그 기회를 꼭 잡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백석현은 이날 후원사인 휴셈 이철호 대표를 캐디로 대동에 눈길을 끌었다.
후원하는 선수들 캐디를 종종 맡은 이철호 대표는 지난 4월 GS칼텍스 매경오픈 때도 백석현의 백을 멨다.
작년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통산 6승 고지에 올랐던 이형준은 이글 1개에 버디 6개,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그동안 티샷이 자꾸 빗나가 애를 태웠다는 이형준은 "오랜만에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해 만족스럽다. 이번 대회는 페어웨이를 지키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형준은 이날 아내 홍수빈 씨에게 캐디를 맡겼다.
그는 "주로 아내한테 캐디를 맡기고 종종 전문 캐디를 쓴다"면서 "서로 장단점이 있는데 아내가 캐디로 나서면 좀 더 마음이 편하다"고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