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 사이 전쟁의 선봉에 나섰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두 단체의 합병 소식에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8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PGA 투어 RBC 캐나다오픈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두 단체의 합병 소식에 놀랐다"며 "프로 골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나는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고 밝혔다.
매킬로이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PGA 투어의 최전방에서 LIV 골프를 비난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6월 출범한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을 사실상 '배신자'로 취급했고, LIV 골프 대표를 맡은 그레그 노먼(호주)과도 대립각을 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 대회장에서 LIV 골프로 넘어간 패트릭 리드(미국)의 인사도 받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또 PGA 투어에 남은 선수들의 회의를 주도했고 그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오일 머니'를 앞세운 LIV에 맞서려던 PGA 투어가 상금 규모를 크게 늘리는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7일 PGA 투어와 LIV 골프가 DP 월드투어와 함께 합병을 선언하자 매킬로이는 오히려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그는 PGA 투어와 LIV 골프의 합병 발표가 있기 불과 수 시간 전에 PGA 투어 이사인 지미 던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조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매킬로이는 "이 상황만 놓고 보면 골프라는 경기에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PGA 투어를 떠난 사람들은 이 투어에 큰 손해를 입히고 소송까지 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들의 복귀를 환영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전히 LIV를 싫어한다"면서도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 펀드를 계속 적으로 삼느냐, 파트너가 되느냐의 문제였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었고 적보다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제이 모너핸 PGA 투어 커미셔너는 미국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LIV 골프로 이적 제안을 거절하고, PGA 투어에 남은 선수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너핸 커미셔너는 "이번 결정으로 선수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선수들이 보여준 (PGA 투어에 대한) 충성심도 보상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우즈와 욘 람(스페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이 LIV 골프로부터 거액의 이적 제안을 받고도 움직이지 않은 선수들로 알려졌으며 매킬로이는 "처음부터 PGA 투어에 남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LIV로부터 다른 제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모너핸 커미셔너는 적절한 보상 방법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