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그동안 적대적이던 LIV 골프와 전격적으로 합병한 소식이 전해지자 PGA투어 선수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수 선수는 배신감까지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PGA투어를 믿고 LIV 골프의 유혹을 뿌리쳤던 선수들에게는 PGA투어와 LIV 골프의 합병은 황당한 결말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야후스포츠는 "타이거 우즈는 8억 달러(약 1조404억원)를 준다는 제안을 뿌리쳤다. 하지만 우즈에게는 그 돈이 없어도 그만이지만, 리키 파울러는 7천500만 달러(약 975억원)를 받고 LIV 골프로 갈 기회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LIV 골프에 맞서 PGA투어를 지키는데 앞장섰던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조차 합병한다는 소식을 미리 귀띔받지도 못했다.
LIV 골프와 합병 계약에 사인한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는 곧장 PGA투어 RBC 캐나다 오픈이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로 날아가 선수들과 만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모너핸과 선수들 회동에서 일부 선수는 모너핸에게 대놓고 '위선자'라고 반발했다.
하도 선수들 반발이 격해서 그 자리에 있던 제프 오길비(호주)가 " "내가 모너핸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모너핸은 "위선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겠다. 과거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도 잘 안다. 그때는 그때 상황이 그랬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골프 매거진과 CBS 기자에게 말했다.
선수들 소셜 미디어는 하루 종일 이 소식으로 들끓었다.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고 당혹스러운 감정을 토로했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수많은 문자가 온 휴대전화 화면을 올려 선수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대변했다.
교포 마이클 김(미국)은 "선수 회동을 생중계하는 건 어때? 농담이지만 난 심각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안병훈은 "PGA투어와 LIV 골프 양쪽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결정"이라면서도 "PGA투어를 옹호했던 선수들은 패배자가 됐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제는 아무도 못 믿겠다. 배신당했다"는 글을 띄운 선수도 있었다.
9·11 테러 희생자 유족 단체는 PGA투어가 배신했다고 맹비난했다.
유족 연합회 회장은 "PGA투어가 우리한테 보인 관심은 돈을 위한 위장이었다"면서 "테러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골프에 돈줄이 됐다"고 힐난했다.
LIV 골프 선수들을 "더는 우리 선수가 아니다"라던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합병을 지지했다.
모너핸 커미셔너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니클라우스는 "그가 최고의 선수들이 한 무대에서 경기하게 됐다고 기뻐하더라. 나도 골프 발전에 유익하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LIV 골프에 맨 먼저 이적해서 후배들을 끌어들이는데 앞장섰던 필 미컬슨(미국)은 "멋진 하루!"라는 간단한 글로 기쁨을 표현했다.
LIV 골프 수장 그레그 노먼(호주)과 우즈, 매킬로이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