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우승하는 법을 잊어버린 듯했던 최혜진이 2년 7개월 만에 정상에 다시 섰다.
최혜진은 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최혜진의 KLPGA투어 통산 11번째 우승.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시즌 동안 10승을 쓸어 담으며 KLPGA투어 대상 3연패를 달성한 최혜진은 2020년 11월 SK텔레콤·ADT캡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오랜 기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서도 아직 우승 트로피를 안아보지 못했던 최혜진은 932일 만에 우승 본능을 일깨웠다.
우승 상금 1억4천400만원보다 더 반가운 이유다.
프로 데뷔 때부터 줄곧 롯데 로고를 달고 뛰는 최혜진은 이번이 롯데가 주최한 대회에서 처음 우승해 기쁨이 더했다.
최혜진은 미국 진출 이후 만료됐던 KLPGA투어 시드도 되찾았다. 그는 2025년까지 KLPGA투어 우승자 시드를 확보했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장착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최혜진은 16일 개막하는 LPGA 메이어 클래식부터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면서 LPGA 투어 첫 우승에 도전한다.
최혜진은 "3년여 만에 우승이라 너무 기쁘다"면서 "그동안 안전 위주 경기를 하느라 스윙도 위축됐다. 자신감을 찾았다. 이 기운을 이어 US여자오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지에 3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최혜진은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적어내며 1타밖에 줄이지 못했지만, 정윤지와 이소영 등도 타수를 줄이지 못한 덕분에 3∼4타 차 선두를 굳게 지켰다.
버디를 잡으면 4타차, 보기를 하면 3타차 선두인 상황이 이어져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다.
그런데 후반 들어 최혜진의 샷이 흔들렸다.
쉽게 버디를 잡아야 할 10번 홀(파5)에서 1.5m 버디 퍼트를 놓친 최혜진은 1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벗어나면서 1타를 잃었다.
12번 홀에서 티샷이 빗나가 보기 위기를 맞았는데 3m 파퍼트를 집어넣어 가슴을 쓸어내린 최혜진은 13번 홀(파4)에서 티샷을 왼쪽 러프로 보내 세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다.
이번에는 파세이브에 성공하지 못해 1타를 잃었고, 같은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이소영이 2타차로 따라붙었다.
최혜진이 최종 라운드에서 처음 2타차 이내 추격을 허용한 순간이었다.
14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정윤지와 김지수까지 2타차 2위로 추격하면서 최혜진의 우승은 장담 못 할 상황이 됐다.
그러나 최혜진은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14번 홀(파5)부터 18번 홀(파4)까지 내리 4개 홀에서 모두 버디 기회를 만들며 더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2타차 선두로 맞은 18번 홀에서 최혜진은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가볍게 파를 지키고 우승을 확정했다.
최혜진은 "18번 홀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놓고서야 우승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2라운드 때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8언더파 64타)을 세우며 선두에 나섰던 정윤지는 이날 버디 2개, 보기 2개로 이븐파 72타를 쳐 2타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윤지에게는 시즌 네 번째 톱10이자, 시즌 최고 성적이다.
김효주는 3타를 줄이며 공동 3위(11언더파 277타)까지 올라와 세계랭킹 10위의 저력을 보였다.
이소영, 이소미, 김지수가 김효주와 함께 공동 3위에 합류했다.
지난해 아들을 낳은 박주영은 공동 8위(8언더파 280타)로 출산 휴가 복귀 후 최고 순위에 올랐다.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안고 뛴 디펜딩 챔피언 성유진은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4언더파 68타를 때려 공동15위(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