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최근 우리나라 프로농구는 고강도 일정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1일 서울 SK의 최준용이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경기 후 취재진에 "KBL에 10팀뿐인데 팀당 54경기를 한다.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호소한 게 시작이었다.
그는 "일정을 짤 때 선수 보호 차원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부상자가 많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KBL보다 정규리그 경기 수가 많은 리그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그 중 대표적인 리그가 미국프로농구(NBA·82경기)다.
그러다 보니 NBA에서는 최근 '로드 매니지먼트'(피로도 관리)라는 신종 관행까지 생겼다.
연일 경기가 붙어있는 등 일정상 피로나 부상이 우려되는 경우에 스타 선수들에게 휴식을 줘 대응한다.
신체가 곧 재산인 선수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관중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바람직한지 논란도 격화돼왔다.
NBA의 애덤 실버 커미셔너는 2022-2023시즌 올스타전을 하루 앞둔 19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비빈트아레나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관행에 대한 지지의 뜻을 드러냈다.
고강도 일정 속 선수들을 보호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ESPN 등에 따르면 실버 커미셔너는 "선수들이 얼마나 뛰는 게 좋은지 과학적·의학적 데이터가 있어 관련해 의견을 내기가 망설여진다"면서도 "이런 질문의 전제는 선수들이 더 많이 뛰어야 한다는 건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리그가 예전부터 그래왔고, NBA의 전설들도 그렇게 뛰었다는 게 이유인데,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코트로 나가 부상을 극복하라'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 결국에는 선수들도 인간이라 여러 고통과 싸운다"고 짚었다.
다만 선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정규리그를 축소하는 안은 당장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실버 커미셔너의 문제의식은 사실 우리나라 프로농구 현장에서도 산발적으로 표출돼 온 것이다.
특히 경기 수를 줄이거나 시즌 기간을 늘려 선수들의 피로도를 줄여달라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11일부터 이날까지 9일간 6경기를 소화하는 SK의 전희철 감독은 13일 "리그 기간을 2주만 늘려줘도 좋을 것 같다"면서 "중계권 등이 얽혀 있는 문제라서 (KBL에서는) 어렵다고 하는데 지금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고 했다.
SK의 경우 올 시즌부터 시작한 아시아 클럽 대항전 동아시아슈퍼리그(EASL)에 참여하게 돼 일정이 더 많아졌다.
서울 삼성의 은희석 감독도 "컵대회를 시즌 중에 활성화해 휴식기를 가질 수도 있겠다. 일정 부담을 분산할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프로에서 10시즌 간 활약한 김일두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준용 선수가 꺼낸 이야기는 선수들 사이에서 계속 나온 것"이라며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어느 한 선수가 나선다고 공론화는 어렵다. 특정 구단도 총대를 메고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선수협회가 없어서 선수들끼리 목소리도 모으기 어렵다. 메시지가 산발적으로 나와 힘이 떨어진다"고 했다.
실제로 실버 커미셔너는 NBA 선수협회(NBPA)와 일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간 NBA는 82경기 체제를 유지했지만, 연속 경기를 최소화하는 등 세부 일정을 조정해왔다.
다만 실버 커미셔너는 이 관행의 문제점으로 언급되는 떨어지는 팬 만족도, 적정 연봉 산정 등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스타 선수와 만남을 기대하고 경기 입장권을 산 팬들은 갑작스러운 결장 소식을 원하지 않을 터다.
"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그는 "NBA가 매우 경쟁적인 리그라는 사실 말고는 더 제대로 된 답변은 어려울 것 같다"며 "NBA는 말 그대로 매일 밤 전력을 다하려는 선수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