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스페인 출신인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46)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튀르키예 여자배구 명문 구단인 바키프방크 코치를 겸한다.
2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튀르키예 강진은 튀르키예와 인연이 깊은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은 11일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튀르키예 강진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여자배구 리그가 한창이라 바키프방크의 연고지인 이스탄불에서 머무르고 있는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은 "모든 걸 잃은 사람들이 많다. 어떠한 도움도 튀르키예에는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세사르 에르난데스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 추모 게시글.
스페인 출신인 에르난데스 감독은 2019년부터 튀르키예 여자배구 리그인 바키프방크 코치를 겸하고 있다. 2023.2.7 [세사르 에르난데스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다음은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과의 일문일답.
-- 부임 후 대표팀 성적이 1승 16패로 좋지 않았다.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 평가한다면.
▲ 결과로만 봤을 때는 쉽지 않은 한해였다. 그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주축 선수가 은퇴하고 나서, 대표팀에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선수를 선발해본 점에서 긍정적이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선수들이 성장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우리 선수 퍼포먼스가 국제무대에서 부족한 건 어려웠다. 다가오는 시즌은 선수들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거 같다.
-- 대표팀에 부상자가 많아서 고생했는데.
▲ 부상과 관련해서 스포츠 세계에서 부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 여러 선수도 그렇고, 튀르키예 리그도 그렇고 부상 선수가 많다. 부상은 계속 같이 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부상이 발생하면 빨리 회복하도록 돕는 게 (나의) 목표다. 프로 선수로서 코트 복귀할 수 있도록 협조해서 선수 회복을 돕는 게 내 역할이다.
-- 대표팀 감독으로 선수 부상과 관련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 사람이 하는 일이니,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 팬들과 소통해야 하고, 특히 구단과는 가장 협력적으로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오픈 마인드로 임하고, 경기력 향상위원회 도움을 받아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 부족한 부분은 함께 소통하겠다.
(서울=연합뉴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16일 세계여자선수권을 앞두고 불가리아에서 전지 훈련 중인 대표팀이 불가리아와 총 4차례 친선경기를 한다고 전했다. 사진은 불가리아에서 훈련 중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2022.9.16 [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추구하는 배구는 무엇인가.
▲ 국제배구가 가는 방향에 맞춰서 한국 배구도 가야 한다. 빠르고 파워 있는 배구가 국제적인 흐름이다. 한국팀도 빠르고 파워풀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체격이나 기술, 전술 등 모두 국제 흐름에 맞춰야 한다. 세터가 조금 더 빠른 배구를 추구하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모습을 보여줄 전술 훈련을 해야 한다.
-- 대표팀 감독으로 올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는.
▲ 올림픽은 누구나 생각하듯 가장 중요한 대회다. 파리올림픽 직행 기회인 올림픽 예선을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 열리고, 아시아에서 중요한 대회라는 걸 안다. 아시안게임도 올림픽처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시아선수권도 올림픽 예선 직전에 열리니 경기력을 점검할 중요한 대회다. 또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는 랭킹포인트가 주어지는 대회여서 중요하다.
--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은퇴 공백은 어떻게 채울 것인가.
▲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의 부재도 그렇고, 김수지와 양효진 선수처럼 대표팀에서 오래 함께한 선수가 (대표팀에) 없다. 지난해에 한국 배구의 현실을 직시했다. 앞으로는 김연경 같은 슈퍼스타 한 명에 기대는 배구가 아니라 팀으로 하나 돼서 상대 팀에 중압감을 줄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진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25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2.5.25 [email protected]
-- 한국을 방문한 목적이 있다면.
▲ 한국 시즌이 진행될 때 직접 와서 보는 게 중요하다. 올해 대표팀 계획에 대해 협회와 어떻게 진행할지 대화가 필요했다. 한국 배구인과 만나고 선수, 지도자와 대화하며 리그 내부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위해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짧은 시간이라도 올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 체격 조건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중요한 대회가 눈앞인데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이나 방향성이 있는가.
▲ 당연히 단시간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높이려면 어쩔 수 없이 (세계 강호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르비아나 이탈리아 선수처럼 키가 크고 힘이 세지 않아도 일본이나 태국처럼 국제 경쟁력을 갖춘 팀도 있다. 이런 스타일을 따라가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만의 강점도 있기에 일본과 태국 장점을 흡수하면서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 강진을 겪은 튀르키예 현지 상황은 어떤가.
▲ 지진으로 현지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내가 있는 이스탄불은 진앙과 멀긴 해도 피해자와 관계된 사람이 많다. 모든 걸 잃은 사람이 많아서 다 같이 힘들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가 돕고 있다. 내 고국 스페인에서도 원조하고, 김연경도 모금 활동을 하는 걸로 안다. 어떤 도움도 튀르키예에는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줬으면 한다.
(서울=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주 차 첫판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세계랭킹 15위인 여자배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VNL 2주 차 예선 5차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9위)에 세트 점수 0-3(21-25 17-25 13-25)으로 완패했다. 사진은 경기 모습. 2022.6.16 [FIVB 홈페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 오늘 V리그 경기에서 확인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 오늘 경기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제칠 기회다. 정규리그 1위를 해야 챔프전 직행하니 어떻게 경기 풀어갈지 궁금하다. IBK기업은행은 대표팀 선수들이 있는 팀이라 어떻게 경기할지 궁금하다. 당연히 경기 끝나면 몇몇 선수와 만나고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을 예정이다. 김연경도 당연히 만날 것 같다.
-- 먼 곳에서 한국 배구를 챙기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는가.
▲ 튀르키예에 있으면서 바키프방크 클럽과 대표팀 업무를 병행한다. 바키프방크 일을 하면서 대표팀에 필요한 영상을 본다. 특히 V리그는 아침 시간에 직접 보고 챙긴다. 구단에서 경기 영상을 제공해주고 있다.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며 선수 선발에 참조한다. 대표팀에서도 영상을 공유하며 협조적인 관계로 갈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 우리 대표팀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공격 성공률을 많이 끌어올려야 한다. 서브는 세계에서 강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수비도 강한 팀이다. 서브나 블로킹, 수비는 잘하고 있다. 그래도 대표팀이 높은 수준으로 가려면 공격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른 아시아 팀보다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지만, 국제무대를 봤을 때 공격적인 면에서 발전해야 한다.
(진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25일 충북 진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5.25 [email protected]
-- 대표 선수 선발 기준이 무엇인가.
▲ 가장 강한 팀을 만드는 게 기준이다. 모든 V리그 경기를 보면서 데이터를 통해 선발한다. 첫 번째로 선수가 플레이할 때 느낌을 본다. 코트 안에서의 움직임뿐 아니라 선수 사이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작전타임 때 어떻게 팀을 이끌어가는지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보고 싶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숫자'로 선수를 평가하는데 꾸준히 잘하는 선수를 선발하려고 한다. 국가대표는 태극기를 달고 해외에 나가서 한국 배구를 대표한다. 배구 선수를 대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배구와 관련한 모든 부분을 대표해서 나가는 거다. 애국가를 들을 때 그분들을 떠올리며 경기에 출전할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런 부분이 선수들에게도 나왔으면 좋겠다.
--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항상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즌을 치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할 생각이다. 이번 대표팀이 파리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코치로 도쿄올림픽에 가보긴 했지만, 감독으로도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 마지막까지 싸우겠다. 결과가 정해져 있더라도 경기가 남아 있다면 선수와 감독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수들 모두 이런 마음가짐으로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