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감독님이 모든 부분을 다 강조해서 힘들어요."
김승기 감독의 조련 아래 올 시즌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기대주에서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이정현(24)의 말이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위로 고양 오리온(캐롯의 전신)에 입단한 이정현은 프로 입문 두 번째 시즌인 이번 2022-2023시즌 대단한 성장세를 보인다.
올 시즌 34분 36초를 뛰며 14.2점을 넣고 있다. 지난 시즌의 23분 26초, 9.7득점에서 크게 올라간 수치다.
캐롯의 공격을 전개하는 주전 가드로, 그야말로 맹활약하는 이정현이다.
1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 홈 경기에서도 이정현은 빛났다.
요즘 다소 부진한 슈터 전성현의 '영점'이 이날도 살짝 흔들린 가운데, 이정현이 kt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3점을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이정현은 캐롯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16점을 올리고 어시스트 5개를 뿌렸다.
종종 보여주는 어이없는 실수나 들쭉날쭉한 모습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이정현에 대해 '지적'만 했다.
김 감독은 "한 대 때리고 싶다. 방심하고 놓치는 상황이 너무 많다. 계속 (게임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데 너무 더디다. 점수가 벌어지면 슛을 막 던지기도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역 시절 가드였던 김 감독은 가드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인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입단한 변준형을 국내 톱 가드로 키워냈다.
변준형에게 했던 것처럼, 김 감독은 이정현을 칭찬하는 데에도 인색하다. 많은 부담을 지우고, 아무리 버거워도 이를 다 이행하도록 채찍질한다.
김 감독은 "좋은 말로 된다면 계속 좋은 말로 했을 텐데, 그렇지 않더라. 나쁜 버릇은 좋은 말로 안 고쳐진다"고 서늘하게 말했다.
다행히 이정현은 김 감독의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이정현은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도 (변준형처럼) 한두 시즌 더 (김 감독님의 조련을) 거치게 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 걸쳐 다 강조해서 힘든 건 사실이다. 플레이타임이 많이 늘었는데, 늘어난 시간 동안 계속 에너지와 적극성을 유지하기를 원하신다"면서 "여전히 감독님은 성에 안 차 하시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올해 한국 농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이정현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정현은 "국가대표는 항상 목표이자 꿈"이라면서 "항상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