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호주프로농구의 센터 아이작 험프리스(24)가 역대 두 번째로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현역 농구 선수가 됐다.
멜버른 유나이티드의 주전 센터인 험프리스는 16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동성연애자임을 팀 동료들에게 알리는 순간을 담은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에서 험프리스는 함께 모여 경청하는 동료들 앞에서 "변화를 이룰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가 스스로 원하는 모습대로 살도록 모범이 될 선례가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성애자라도 원하는 대로, 프로선수로도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험프리스는 성 정체성을 깨달았을 때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오랫동안 부정하고 싶었던 진실은 내가 게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그 사실이 불편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의 명문 켄터키대 출신으로 멜버른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 올 시즌 매 경기 12점 5.5리바운드 1.9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블록슛은 전체 1위다.
영국 일간 가디언, 스포츠 매체 ESPN 등 외신들은 그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었던 제이슨 콜린스 이후 동성애자임을 고백한 두 번째 프로농구 선수라고 조명했다.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네츠)를 통해 프로에 입성한 콜린스는 자유계약(FA) 신분이던 2013년 4월 현지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를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려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 4대 스포츠에서 활약하는 현역 선수가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사례는 콜린스가 최초였다.
아울러 외신들은 험프리스가 현역 호주 프로스포츠 선수로서도 지난해 10월 커밍아웃한 호주프로축구 A리그의 조시 카발로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
험프리스는 이후 ESPN과 인터뷰에서 "어깨에 정말 무거운 짐을 이고 다녔다"며 "(다른 동성애자들의) 롤모델이 되는 게 정체성을 공개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은 롤모델이 있었다면, 극단적 선택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커밍아웃은 스포츠가 더 발전하도록 내가 기여하는 방법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험프리스의 고백이 끝나자 동료들은 일제히 박수로 화답했고, 일부 선수들은 그와 포옹하며 격려를 전했다.
멜버른 구단의 닉 트루엘슨 사장은 "오늘 험프리스는 자신의 여정에서 놀랍도록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리 구단은 그를 진심으로 지지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남자 스포츠계에서 기념비적인 일이라 생각한다"고 응원을 전했다.
팀의 주장 크리스 골딩도 ESPN을 통해 "우리는 험프리스가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스스로 고백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지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