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올 시즌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둔 KGC인삼공사의 주전 세터 염혜선(31)에게는 막중한 책무가 있었다.
'주포'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에게 공격 루트가 편중돼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팀 전체 공격력은 약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11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엘리자벳이 양 팀 최다 득점인 56득점을 올렸으나 국내 선수들의 도움이 없어 팀은 패배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다행히 염혜선은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을 세트 점수 3-0(25-17 25-20 25-20) 승리로 이끌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이날 염혜선은 엘리자벳(26득점)뿐만 아니라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13득점), 박혜민(6득점)과 함께 미들 블로커 한송이(6득점)에게도 공을 분배하며 공격을 조율했다.
덕분에 현대건설전에서 64.56%를 찍었던 엘리자벳의 공격 점유율은 이날 46.15%로 낮아졌고, 반대로 이소영의 공격 점유율은 17.09%에서 30.77%로 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송이는 현대건설전에선 경기 중반에 교체 투입되긴 했으나 당시 1.9%에 불과했던 공격 점유율이 7.69%로 크게 올랐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만난 고희진(42) KGC인삼공사 감독도 염혜선을 수훈 선수로 꼽았다.
고 감독은 "오늘 안정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염혜선 선수 덕분"이라며 "염혜선 선수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분명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코트에 함께 있던 선수들도 염혜선의 존재감을 느꼈다.
1세트에서 연속 다이렉트 킬을 성공했던 한송이는 "(염)혜선이가 서브를 잘 넣어줘서 다이렉트 킬 기회가 많이 왔다"며 "쉽게 득점할 수 있어 혜선이에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올 시즌 들어 공격 성공률(54.17%)이 가장 높았던 이소영도 염혜선과의 호흡을 언급했다.
이소영은 "경기장에서는 연습한 만큼 호흡이 나오지 않아서 속상했다"며 "오늘은 연습 때처럼 서로를 믿고 하다 보니 잘 맞아떨어졌다"고 돌아봤다.
이날 염혜선은 높은 세트성공률 59.3%(64개 중 38개)를 올리며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도 선보였다.
이번 승리로 KGC인삼공사는 1라운드를 3승 3패에 승점 8로 마무리하면서 두 계단 상승한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