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과 세트 점수 2-2로 팽팽했던 5세트, 우리카드는 14-11, 석 점 차로 매치 포인트를 여유롭게 쌓았다.
그런데 대한항공 정지석과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의 강력한 후위 공격에 연이어 당하더니, 링컨의 대포알 서브에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14-15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지난 6일 현대캐피탈전의 뼈아픈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당시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에서 우리카드는 24-21로 앞서고 있었지만, 상대 김명관의 서브에 휘둘리며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분위기가 말린 우리카드는 4세트도 힘없이 내줬다.
이날 대한항공 경기까지 연속 뒤집기 패배를 맞았다면 우리카드가 느꼈을 심리적인 후유증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160분이 넘는 혈투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대한항공이 세 차례의 공격 범실로 먼저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다.
하루하루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려준 신영철 감독과 이에 헌신적인 플레이로 보답한 선수들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날 경기 전에 만난 신 감독에게선 3연패 위기에 처했다는 위기감은 느낄 수 없었다.
신 감독은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봄 배구까지 멀리 내다보고 있다"며 "선수들에게는 실수를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배구를 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보답했다.
디그 23개 중 21개를 성공한 리베로 오재성은 경기를 마치고 "현대캐피탈 경기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끼리도 더 집중하고 신경 쓰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주장이자 세터인 황승빈도 현대캐피탈전 패배 직후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잘한 부분은 계속 가지고 가자"며 동료들을 격려했었다고 오재성은 전했다.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외국인 선수 레오 안드리치(등록명 안드리치)의 투혼이 빛났다.
그는 이날 57.14%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올리며 양 팀 최다 득점인 33점을 기록했다.
안드리치는 "사실 며칠간 힘들었고 훈련도 한 번밖에 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아팠다. 지금 무릎 상태는 70∼80% 정도"라고 털어놓으면서 "그러나 멘털과 행동을 컨트롤하는 것이 내 일이다. 오늘 120%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전 승리로 우리카드(3승 2패)는 KB손해보험을 점수 득실률에서 누르고 리그 3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