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사우디 후원 골프 투어, 강 건너 불 아니다

[권훈의 골프확대경] 사우디 후원 골프 투어,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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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프로골프투어 커미셔너가 된 그레그 노먼의 경기 모습.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커미셔너가 된 그레그 노먼의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오일머니'를 투입해 신설하려는 프로 골프 리그가 세계 프로 골프의 미래에 중대한 변수로 등장할 조짐이다.

그렉 노먼(호주)을 수장으로 내세운 사우디 주도 골프 리그는 일단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접수에 나섰다.

아시아프로골프투어 커미셔너가 된 노먼은 2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대회 10개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시아프로골프투어는 애초 밑천이 취약했다.

자체 대회가 사실상 없었다.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와 아시아 각국 투어 대회를 얼기설기 묶어 투어를 표방했다.

노먼이 사우디 자금을 투자하면 아시아프로골프투어는 단숨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에 버금가는 세계 3대 프로골프투어로 도약할 수 있다.

사우디 골프 리그가 아시아프로골프투어에 손을 내민 이유는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연합체에 대항하기 위한 첨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로 열렸던 사우디 인터내셔널이 당장 내년부터 아시아프로골프투어 대회로 변신하게 된다는 사실이 시사점이다.

아시아프로골프투어라는 외피를 썼지만 더스틴 존슨, 필 미컬슨,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등 특급 스타 선수들을 초청했다.

노먼이 새로 만든다는 아시아프로골프투어 대회 10개는 대개 이런 식으로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인기 선수를 초청선수로 출전시키는 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급 선수 40명 안팎이 출전하는 수퍼골프리그(SGL)의 기반으로 아시아프로골프투어를 활용하려는 셈이다.

사우디 후원 골프 리그에 극력 반대하는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는 아주 강경하다.

노먼이 만든 대회에 선수들이 출전하겠다면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후원 슈퍼골프리그에 출전하면 제명까지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4대 메이저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마스터스), 미국골프협회(US오픈), R&A(디오픈), 그리고 미국프로골프협회(PGA챔피언십)도 현재로서는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편이다.

평화롭던 세계 프로 골프 무대에 큰 싸움이 벌어질 판이다.

마치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세계 패권 전쟁과 흡사한 양상이다.

이런 큰 싸움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PGA투어 등 세계 골프 비즈니스에 밝은 인사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기회는 사우디가 접수한 아시아프로골프투어와 PGA투어·유러피언투어 연합세력이 경쟁적으로 코리안투어에 손을 내밀 때 생긴다.

코리안투어는 아시아프로골프투어와 오랜 협력 관계다. 코리안투어 대회 3개는 아시아프로골프투어와 공동 주관 대회다.

PGA투어에는 한국 기업이 2개 대회를 주최한다. 이 두 대회는 코리안투어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준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조만간 사우디나 PGA투어나 모두 코리안투어에 어떤 식으로도 제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지원, 대회 신설, 선수 교류 등 다양한 협력 제안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 큰 싸움판에서 전략적 선택을 잘못한다면 큰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스타 부재로 위상이 크게 쪼그라든 코리안투어는 양쪽에 선수만 뺏기는 악재와 맞닥뜨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섣불리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건 위험하다.

강자의 패권 전쟁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양쪽의 러브콜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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