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 최혜진(23)과 안나린(26)이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CP 여자오픈(총상금 235만 달러)에서 데뷔 첫 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최혜진은 2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의 오타와 헌트 앤드 골프클럽(파71·6천54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2개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친 최혜진은 우승자 폴라 레토(남아프리카공화국·19언더파 265타)에게 한 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안나린은 이날 버디 4개와 더블 보기 하나, 트리플 보기 하나를 묶어 한 타를 잃고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공동 6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말 퀄리파잉(Q) 시리즈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 올해 미국에 진출한 이들은 전날 3라운드까지 16언더파 197타로 공동 선두에 오르며 데뷔 첫 승을 노렸으나 1타 차 3위로 함께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레토에게 트로피를 내줬다.
최혜진은 시즌 최고 성적, 안나린은 4번째 톱10을 기록했다.
최혜진은 신인상 포인트 1천15점을 쌓아 이번 대회를 공동 56위(4언더파 280타)로 마친 아타야 티띠꾼(태국·1천75점)과의 격차를 60점으로 좁혔다. 안나린은 7위(342점)다.
최혜진과 안나린이 전반에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레토가 1번 홀(파4)을 시작으로 버디만 5개를 쓸어 담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최혜진은 중반까지 버디가 좀처럼 나오지 않은 채 파 행진을 이어갔고, 레토와 팽팽하게 경쟁하다 7번 홀(파4) 더블보기로 밀려난 안나린은 10번 홀(파5)에선 어프로치샷 실수 여파로 트리플 보기까지 나와 순위가 더 떨어졌다.
오히려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넬리 코다(미국)가 11번 홀(파4) 버디, 12번 홀(파4) 샷 이글을 앞세워 2위로 올라서며 레토를 압박했다.
레토는 14번 홀(파4) 티샷 실수 이후 보기를 써내 코다에게 두 타 차로 쫓겼고, 코다의 16번 홀(파4) 버디로 격차는 한 타까지 줄었다.
레토는 한 타 차가 이어지던 마지막 18번 홀(파5) 두 번째 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깊은 러프에 빠뜨렸으나 다음 샷을 그린에 잘 올린 뒤 파를 지켜내며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최혜진과 안나린은 18번 홀 버디로 순위가 다소 오르며 대회를 마무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최혜진은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마무리를 끝까지 잘해서 만족스럽다. 중간에 타수가 많이 벌어지면서 다운됐다가 후반에 잘 지켰고, 보기 없는 라운드를 한 것이 특히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LPGA 투어는 가고 싶은 무대였는데, 직접 와서 경기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며 "매주 만족도 많이 하고 실력도 늘어간다고 느낀다. 남은 경기도 신인답게 당당하게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레토는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2014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5만2천500달러(약 4억7천만원)다.
이전까지 레토의 LPGA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은 2014년 9월 허미정(33)이 우승한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의 3위였다.
10대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주한 레토는 필드하키를 하다가 부상으로 15세에 골프를 시작했다. LPGA 투어에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으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공동 16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하려다 도쿄 출발 전 마지막으로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출전권을 반납했는데, 검사 오류가 뒤늦게 드러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이번 시즌엔 5월 뱅크 오브 호프 매치 플레이 공동 9위가 유일한 톱10 진입이던 레토는 이번 대회 첫날 코스 레코드인 9언더파를 몰아치며 선두로 나서더니 우승까지 달성했다. LPGA 투어에서 우승한 남아공 선수는 샐리 리틀(15승), 리 안 페이스, 애슐리 부하이(이상 1승)에 이어 레토가 역대 4번째다.
코다는 지난주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아람코 팀 시리즈 3차전에서 시즌 첫 우승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선 최혜진과 공동 2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이 대회에서만 세 차례(2012, 2013, 2015년) 우승했던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이날만 8타를 줄여 4위(17언더파 267타)에 자리했다.
김아림(27)은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5위(16언더파 268타), 김세영(29)은 8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9위(12언더파 272타)로 대회를 마쳤다.
캐나다 선수 중에는 앨레나 샤프가 공동 17위(10언더파 274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고, 캐나다 여자 골프의 간판 브룩 헨더슨은 공동 49위(5언더파 279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