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경기 종료 2분 20초를 남기고 보스턴 셀틱스의 제일런 브라운이 하프라인에서 힘겹게 건넨 공이 마커스 스마트에게 전달됐다.
3점 라인까지 슬금슬금 공을 튀기며 다가온 스마트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주포 스테픈 커리를 슬쩍 노려봤다.
이내 3점 라인에서 멈춰 슛을 던지는 척을 하고서 스마트는 망설임 없이 커리를 향해 돌격했다.
자세를 낮추고 쇄도하는 스마트의 어깨가 따라가던 커리의 가슴을 강타하자 커리의 몸이 붕 떴다.
커리를 날려버린 스마트는 침착하게 백보드를 맞춰 슛을 성공했다. 점수가 114-100으로 벌어졌다.
골든스테이트의 스티브 커 감독이 다급히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그러나 골을 헌납한 커리는 엔드라인에서 한동안 벤치로 복귀하지 못했다.
통증 탓인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숙이고 마우스피스만 질겅질겅 씹어댔다.
보스턴의 '커리 표적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했다는 게 증명된 순간이었다.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TD가든에서 펼쳐진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보스턴은 골든스테이트를 116-100으로 완파했다.
3쿼터까지 29점을 넣으며 팀을 이끌었던 커리는 4쿼터 실책을 3개나 저지르며 침묵했다.
경기 내내 커리를 수비 매치업으로 공격했던 보스턴의 '표적 전술'이 4쿼터에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이날 스포츠매체 ESPN의 칼럼니스트 커크 골즈베리에 따르면 보스턴이 커리를 주요 수비수로 공략했던 14번 중 10번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사실 이 작전은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서 1승 4패로 탈락한 댈러스 매버릭스가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다.
댈러스는 201㎝·104㎏의 거구에다 슛, 드리블에 전부 능한 '1대1 달인' 루카 돈치치를 커리와 매치업시키려 했다.
댈러스 선수들이 부단히 스크린을 걸며 커리에게 이른바 '스위치'로 불리는 바꿔막기 수비를 강요했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말려들지 않았다.
커리는 상대 스크린에 걸리는 순간 최대한 돈치치를 방해하면서도 곧장 본래 자신의 수비를 찾아 되돌아갔다.
댈러스와 달리 보스턴은 이 작전에 성공했다.
공을 다룰 선수가 돈치치와 제일런 브런슨뿐이었던 댈러스와 달리 공격 중 볼 핸들러를 여러 명 둔 덕이다.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커리를 때린 셈이다.
3차전 27점과 26점을 올린 브라운과 제이슨 테이텀 모두 공을 잡고 공격을 펼쳐갈 수 있는 선수들이다.
골든스테이트로서는 이 선수들에게 팀 내 최고 수비수인 앤드루 위긴스나 드레이먼드 그린을 붙일 수밖에 없다.
수비수들이 도와줄 수 없는 틈을 타 커리와 매치업된 스마트가 1대1에 나섰다.
26년 만에 가드로 올해의 수비수로 뽑힌 스마트는 수비력보다 공격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 스마트 마저 체급 우위를 살려서 커리와 최대한 몸을 부딪치며 3차전 24점을 올렸다.
1쿼터 8분께 커리를 포스트업으로 공략했고, 2쿼터 6분께에는 골 밑에서 몸싸움을 벌인 끝에 커리를 밀어내고 로빙 패스를 받아 쉬운 골밑슛을 올려놨다.
스마트뿐이 아니다.
보스턴에서는 빅맨 앨 호퍼드마저 슛, 돌파, 포스트업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추고 있다.
3쿼터 7분께 커리가 외곽에서 호퍼드와 매치업되는 상황이 실제로 나왔다.
상대의 유기적 패스워크를 쫓아가다가 호퍼드와 매치업된 커리는 체급 우위를 살려 밀고 들어오는 돌파를 막지 못하고 골 밑에서 쉬운 2점을 내줬다.
브라운, 테이텀, 호퍼드, 스마트에 백업 가드 데릭 화이트까지 골 밑과 외곽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커리를 노린다.
이메 우도카 보스턴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에 "원하는 매치업을 찾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이어 "경기 초반부터 커리가 파울을 여러 차례 범하게 했고, 더 공격적으로 임했다"며 이런 전술이 노림수임을 인정했다.
양 팀은 오는 11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펼친다.
골든스테이트가 보스턴의 '커리 표적 작전'에 어떤 수비 전술로 대응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