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이경훈(31)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 달러)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경훈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천46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묶어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25언더파 263타의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63만8천 달러(약 21억원)를 받았다.
지난해 5월 이 대회에서 PGA 투어 80번째 출전 만에 통산 첫 승의 감격을 누린 이경훈은 대회 2연패와 투어 2승째를 수확했다.
한국 선수가 PGA 투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이경훈이 최초다.
최경주가 2005년 10월 크라이슬러 클래식, 2006년 10월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두 대회는 서로 다른 대회로 열렸다.
또 PGA 투어에서 2승 이상 거둔 한국 선수는 최경주(8승), 김시우(3승), 양용은, 배상문, 임성재(이상 2승)에 이어 이경훈이 여섯 번째다.
특히 이 AT&T 바이런 넬슨은 최근 3개 대회 연속 한국 선수가 우승하는 인연을 이어갔다.
2019년에 강성훈(35)이 우승했고,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열리지 못했으며 2021년과 올해 이경훈이 왕좌를 지켰다.
1944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2연패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1958년 샘 스니드, 1971년 잭 니클라우스와 1978년부터 1980년까지 3년 연속 우승한 톰 왓슨(이상 미국) 등 '골프 레전드'들에 이어 이경훈까지 4명이 전부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이경훈은 이날 6번 홀(파4)까지 버디 4개를 몰아치고 단숨에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2번 홀(파4)에서 15m 긴 버디 퍼트를 넣고 기분 좋게 출발한 이경훈은 6번 홀(파4) 버디로 선두에 올랐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12번 홀(파5)이었다.
선두에 1타 뒤져 있던 이경훈은 242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샷을 홀 1.5m로 보내 이글을 잡고 단독 1위가 됐다.
기세가 오른 이경훈은 13번 홀(파4)에서도 약 4.5m 버디 퍼트를 넣고 2타 차 선두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경훈을 추격하는 선수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았다.
텍사스주 출신 '골든 보이' 스피스를 비롯해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잰더 쇼플리(미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이경훈을 따라붙었다.
이경훈이 1타 차로 앞서 있던 경기 막판에 흐름이 요동쳤다.
17번 홀(파3)에서 이경훈은 티샷이 그린 주위 벙커 턱에 놓여 타수를 잃을 위기를 맞았다. 벙커에 발을 딛고 시도한 두 번째 샷은 홀 약 3.5m 거리에 놓여 만만치 않은 파 퍼트를 남겼다.
그러나 이경훈은 이 퍼트를 넣고 1타 차 리드를 유지했다. 반면 뒷 조에서 경기한 스피스는 2.8m 거리의 버디 퍼트가 왼쪽으로 살짝 약해 동타 기회를 놓쳤다.
고비를 넘긴 이경훈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팁인 버디에 성공해 2타 차로 달아나며, 역시 같은 홀 버디로 추격해온 스피스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이경훈은 이날 퍼트를 24번만 하는 등 샷과 퍼트 감각이 모두 호조를 보여 '노 보기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 이후 지난해 7월 3M오픈 공동 6위가 유일한 '톱10' 성적일 만큼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이경훈은 다시 AT&T 바이런 넬슨에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경훈과 스피스에 이어서는 마쓰야마와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가 24언더파 265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이경훈은 19일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전망도 밝게 했다. 이경훈은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 다섯 번 출전했으나 모두 컷 탈락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상, 상금, 평균 타수 3관왕 김주형(20)은 18언더파 270타로 공동 17위에 올랐다.
김주형의 PGA 투어 최고 성적은 지난해 3월 푸에르토리코오픈 공동 15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