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작년에 제러드 설린저 때문에 우승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서동철(수원 kt) 감독님은 우리를 3-0으로 이기겠다고 하셨어요. 선수들이 자극을 많이 받았죠."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간판 슈터 전성현(31)은 선수들이 이를 갈고 뛰었다고 털어놨다.
인삼공사는 2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4차전 홈 경기에서 kt를 81-79로 꺾었다.
kt와 1차전에서 86-89로 패했던 인삼공사는 2차전부터 3연승을 내달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10전 전승으로 왕좌에 오른 인삼공사는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 2연패에 도전한다. 상대는 정규리그 1위 팀인 서울 SK다.
정규리그 2위 팀 kt와 3위 팀 인삼공사의 4강 PO에서 인삼공사의 우세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었다.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이 무릎 부상으로 PO에 나서지 못했고, 변준형과 전성현, 오세근 등 주전 선수들도 부상을 달고 뛰었다.
전성현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몸 상태가 다들 좋지 않은데 진통제를 먹으면서 뛰었다. 정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1차전이 중요했다. 우리가 잘하지 못했는데도 점수 차가 많이 나지 않으면서 2차전부터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들 죽기 살기로 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4차전에서 18득점 5리바운드를 올리는 등 올 시즌 PO 7경기에서 평균 31분 47초를 뛰며 17.9득점 2.9리바운드 0.7어시스트로 맹활약한 그는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며 팀원들과 공을 나눴다.
79-79로 맞선 경기 종료 0.8초 전 위닝샷을 터트린 변준형(26)은 '링거 투혼'을 펼쳤다.
이날 오전 장염 증세로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왔다는 그는 16득점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앞서 발목 부상으로 6강 PO 2경기에 결장했지만, 복귀 후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변준형은 "지난해에는 (이)재도(창원 LG) 형이 메인이었고, 나는 서포트하는 역할이었는데 올해는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메인으로 챔프전 진출을 이끈 것 같아 뜻깊다"며 "지난해에는 PO에서 질 거라는 생각을 안 했는데 올해 한 번 져 보니 '역시 PO구나' 싶었다. 이 악물고 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안되는 것을 해냈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올해 기분이 더 좋다"며 흡족해했다.
"강한 척을 많이 했지만, 속으로는 힘들었다"며 울컥하기도 한 그는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잘해줬다. 작전 수행 능력도 좋았다. 1차전에서 지고 실망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역전을 이뤄냈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PO 최우수선수(MVP)가 누구인지 묻자 "다 잘해서 꼽을 수가 없다. 전성현과 문성곤, 오세근, 변준형, 대릴 먼로까지 모두 다 MVP"라며 미소를 지었다.
인삼공사의 원동력으로 "선수들 간의 믿음"을 뽑은 김 감독은 "선수들이 서로 이해하고 도와서 여기까지 왔다. 트러블이 전혀 없었다. 양희종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하나가 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다음 달 2일부터는 SK와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된다.
정규리그에선 인삼공사가 5승 1패로 우세했다. 최근 개인 운동을 시작한 스펠맨이 챔프전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도 인삼공사에 호재다.
김 감독은 "SK는 1위 팀이고 구멍 없이 잘 돌아가는 팀이다. 지금보다 힘들 거로 생각한다"며 "정규리그에서 이겼더라도 지금은 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펠맨이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 보는데, 지금도 스펠맨이 있어서 (챔프전에) 올라온 건 아니다. 무릎이 안 좋아서 많이 못 뛴다고 해도 다른 쪽으로 준비를 많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의 가드 김선형을 상대하게 될 변준형은 "선형이 형이 워낙 기술이 좋으니 배운다는 생각으로…"라며 운을 떼더니 이내 "솔직히 배운다는 생각은 아니다. 싸워서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