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5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와 울산 HD의 경기. 광주 이정효 감독이 2-1 승리하고 벤치 멤버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4.5.15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가 '대어' 울산 HD를 잡도록 절묘한 용병술을 보여준 이정효 감독의 표정에는 기쁜 기색이 없었다.
광주는 15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8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울산을 2-1로 잡았다.
공 점유율에서 우위를 잡고도 득점 없이 전반이 끝나자 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베테랑 미드필더 최경록을 빼고 1999년생 박태준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애제자' 정호연을 전반보다 공격적으로 기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 전략이 적중해 후반 13분 정호연이 페널티아크로 밀어준 공을 박태준이 마무리하며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가 지키는 울산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이 감독은 한 번 더 교체 카드를 썼다. 스트라이커 이건희를 불러들이더니 돌연 중앙 미드필더 이강현을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정호연을 더욱 전방 깊숙한 곳에 배치하면서 사실상 공격수 엄지성과 투톱을 이루게 했고, 이 용병술도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36분 공 간수 능력이 좋은 정호연이 상대 페널티지역을 휘저으면서 울산 수비에 균열이 생겼다.
이 틈을 노린 박태준이 페널티아크로 패스를 흘려줬고, 이를 이강현이 그림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마무리해 2-0을 만들었다.
이날 승리로 디펜딩 챔피언 울산을 상대로 3연승을 달린 광주는 시즌 5승(7패)째를 거두며 6위로 올라섰다.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5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와 울산 HD의 경기. 광주 이정효 감독이 전반전에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2024.5.15 [email protected]
광주로서는 뜻깊은 승리다. 시즌 초반 6연패에 빠지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졌다가 이 승리 덕에 드디어 중위권으로 돌아왔다.
현재 K리그 최고 전력 팀으로 꼽히는 울산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준 만큼 내용 면에서도 합격을 줄 만하다.
그러나 경기 후 이 감독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이 감독은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오늘 경기도 실점을 한 경기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는 2-0을 만든 지 3분 만에 엄원상에게 만회 골을 내줬다. 센터백 포포비치가 공중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게 수비 뒷공간에 있던 엄원상에게 연결되면서 실점했다.
'울산에 강하다'는 평가에도 이 감독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특별한 건 없다"며 "울산전에는 유독 운이 좋아서 들어갈 골이 들어가고, 운이 좋아서 먹힐 골을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후반에 쓴 교체 카드가 제대로 적중한 데 대해서는 "후반에 준비한 것이다. 박태준 선수와 이광현 선수가 들어왔을 때 엄지성 선수와 정호연 선수를 투톱으로 세웠다"며 "역습으로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서 준비한 부분인데 잘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박태준은 "경기한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 어제 스승의 날을 챙겨드렸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언짢아하셨다"며 "내일 스승의 날 (경기를 잘) 못할까 봐 오늘 하냐고 하셨는데 그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광주에 합류한 박태준은 "처음에 이적했을 때 감독님, 코치님, 팬분들께서 많이 기대해주셨는데 지금까지는 그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남은 경기에서는 만족하실 수 있는 순위와 경기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5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와 울산 HD의 경기. 광주 이정효 감독이 전반전에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4.5.15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