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의 간판은 17번 홀(파3)이다.
사방이 연못으로 둘러싸인 이른바 '아일랜드 그린'에는 수많은 선수의 눈물이 배어있다.
티샷이 짧아도, 길어도 연못에 빠진다.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치우쳐도 물 속이다.
대회 때마다 평균 40개가 넘는 볼이 수장된다.
선수들은 17번 홀 티박스에 올라설 때마다 엄청난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불과 137야드의 거리에 그린도 생각보다 큰 편이지만 압박감과 두려움 때문에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이곳에서 티샷 실수를 한다.
그러나 TPC 소그래스에서 티샷할 때 가장 두려운 홀은 사실 따로 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8번 홀이 더 무섭다"고 골프위크에 말했다.
TPC 소그래스 18번 홀은 전장 462야드짜리 파 4홀이다.
전장도 만만치 않은데, 티샷부터 몹시 까다롭다.
티박스에서 바라보면 왼쪽은 모두 물이다.
2003년 이후 18번 홀에서 티샷한 볼 가운데 815개가 물에 들어갔다. 17번 홀에서 물에 빠진 볼 868개보다는 적긴 해도, 얼마나 티샷이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을 피하려고 오른쪽을 겨냥했다고 해서 타수를 잃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페어웨이 오른쪽은 러프, 나무, 벙커, 그리고 울퉁불퉁한 황무지 등이 뒤섞여 있어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그린을 곧장 노릴 수 없다. 페어웨이로 꺼내놓는 데 급급해야 한다.
티샷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빗나가면 두 번 만의 그린 공략은 어렵다.
18번 홀은 이 때문에 TPC 소그래스에서 가장 난도가 높다. 2003년 이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평균 타수가 무려 4.336타에 이른다.
17번 홀은 3.113타로 난도 9위에 불과하다.
매킬로이는 "시각적으로 매우 위협적인 곳"이라면서 "어떤 선수는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하고 5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하는데 나는 그냥 드라이버를 때리고 웨지를 잡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샷을 두 번 치는 것보다는 한번 치는 게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5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 리키 파울러(미국)도 17번 홀보다 18번 홀 티샷이 더 어렵다는 매킬로이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17번 홀은 사실은 아주 어려운 홀이 아니다. 대회 때가 아니라면 선수들은 누구나 쉽게 그린에 볼을 올린다. 하지만 18번 홀은 다르다. 대회 때가 아니라도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싱크(미국)는 모든 홀이 다 어려운데 특히 18번 홀은 티박스에 딱 올라서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은 "17번 홀에서는 (다루기 쉬운) 웨지를 쓴다. 길어봐야 9번 아이언"이라면서 18번 홀의 어려움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