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프리카인 축구대회 카메룬 우승…평택서 1천300명 연대
(평택=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협회'와 'AFRO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4일 경기 평택시 포승레포츠공원에서 개최한 '2026 국내 거주 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대회(KAFCON)'에서 우승한 카메룬 선수들이 주최 측 관계자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5 [email protected]
(평택=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24일 오후 7시30분, 결승전이 시작될 무렵 경기 평택시 포승레포츠공원 내 축구장을 비추는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관중석을 가득 메운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새어 나온 1천300여개의 불빛이 깜깜한 그라운드를 환하게 비췄다.
이들은 결승전과 폐회식이 진행되는 1시간여 동안 축제의 순간을 소중하게 담아내고자 휴대전화를 들고 서 있었다. 타국에서 고된 노동의 시름을 달래는 이주민들이 오직 축구라는 언어로 하나가 된, 뭉클한 연대의 순간이었다.
이날 평택에서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2026 국내 거주 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대회(KAFCON)'가 포승레포츠공원과 안중레포츠공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민간단체인 '한국·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협회'(회장 이치헌)와 'AFRO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주최하고, 인연·루리 등 지역 기업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평택=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협회'와 'AFRO 엔터테인먼트'가 24일 경기 평택시 포승레포츠공원에서 개최한 '2026 국내 거주 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대회(KAFCON)'에서 임흥세 전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 총감독(오른쪽 첫 번째) 등 관계자들이 결승전이 시작하기 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6.5.25 [email protected]
국내 거주 아프리카인들의 최대 축제로 손꼽히는 이 행사는 '아프리카의 날'(5월 25일)을 하루 앞둔 주말에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아프리카의 날은 1963년 5월 25일 아프리카단결기구(OAU·현 아프리카연합)의 창립을 기념한다. 식민주의 극복과 범아프리카주의적 연대를 되새기는 날이다.
조국을 떠나 한국에 뿌리내린 이주민들은 땀방울을 흘리며 '아프리카 단결'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그라운드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했다.
KAFCON은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 2만2천여명의 화합을 도모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2022년 첫발을 뗐다. 출범 초기에는 지역 사회 중심의 소규모 대회였지만 해를 거듭하며 성장했다.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1천300여명의 아프리카인이 몰려들며 명실상부한 대표적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평택은 포승국가산업단지 등 대규모 공단이 밀집해 제조업·물류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다. 주한미군 기지의 영향으로 외국인 커뮤니티 지원 체계도 잘 구축돼 있어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고향 역할을 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협회'와 'AFRO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4일 경기 평택시 포승레포츠공원에서 개최한 '2026 국내 거주 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대회(KAFCON)'에서 카메룬과 남아공의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2026.5.25 [email protected]
올해 대회에는 가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6개국이 출전해 32경기의 열전을 치렀다.
하이라이트인 결승전에서는 카메룬이 지난해 우승팀인 남아공을 상대로 전반전에 터진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대 0으로 승리해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자국팀의 득점에 흥분한 관중들이 국기를 휘날리며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는 등 현장의 열기는 월드컵 못지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그 이상이다. 부족과 국경을 넘어 모두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공통 언어'다. 현장을 찾은 아프리카 각국의 외교 사절들은 축구가 아프리카인들에게 갖는 깊은 의미를 강조했다.
(평택=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협회'와 'AFRO 엔터테인먼트'가 24일 경기 평택시 포승레포츠공원에서 개최한 '2026 국내 거주 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대회(KAFCON)'에서 아토키 일레카 주한 DR콩고 대사(오른쪽)와 시앙가 키부일라 사무엘 아빌리우 주한 앙골라 대사가 결승전을 참관하고 있다. 2026.5.25 [email protected]
아토키 일레카 주한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대사는 "국가는 달라도 서로 모여 기쁨을 공유하는 모습이 바로 아프리카 공동체의 단결과 연대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시앙가 키부일라 사무엘 아빌리우 주한 앙골라 대사도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축구를 하는 것은 단순히 게임에 그치지 않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내년 대회에서 앙골라 팀의 참가를 희망했다.
조지 해리슨 주한 가나 부대사 역시 "경기에는 승패와 결과가 있지만 모든 아프리카인이 하나가 됐다는 점에서 모든 국가가 승리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과 아프리카의 끈끈한 관계를 민간에서도 이어가는 중요한 행사"라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이러한 연대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홍보 무대나 보여주기식 행사로 변질하는 것을 막고자 지난해와 달리 개막식을 아예 없앤 것이다.
이치헌 회장은 "멀리서 자비를 들여 찾아온 이들은 단지 공을 차는 것이 희망이자 목적"이라며 "형식적인 행사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오직 축구에만 집중하게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평택=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협회'와 'AFRO 엔터테인먼트'가 24일 경기 평택시 포승레포츠공원에서 개최한 '2026 국내 거주 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대회(KAFCON)'에서 국내 거주 아프리카인들이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2026.5.25 [email protected]
이날 행사가 끝난 뒤 1천명이 넘는 인원이 자발적으로 경기장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정리하는 모습은 이 대회가 성숙한 시민의식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줬다.
현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임흥세 전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 총감독(남수단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회의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했다.
경기도 홍보대사를 지낸 그는 향후 지방자치단체와 축구계, 국회 아프리카포럼 등 정·재계 네트워크를 동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KAFCON을 평택을 넘어 경기도와 국내 주요 축구 축제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시작한 경기는 오후 9시가 돼서야 막을 내렸다. 타국에서 시름을 잠시 잊고 둥근 축구공 하나로 연대감을 나눈 아프리카인들의 열정은 내년 대회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평택=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협회'와 'AFRO 엔터테인먼트'가 24일 경기 평택시 포승레포츠공원에서 개최한 '2026 국내 거주 아프리카 커뮤니티 축구대회(KAFCON)' 4강전 경기 시작 전 가나와 카메룬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5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