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일단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베테랑 미드필더 손준호(수원FC)가 중국 공안에 1년가량 구금됐던 아픔을 딛고 1천400일 만에 프로축구 K리그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손준호는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7라운드 울산 HD와 원정 경기 전반 42분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골키퍼 조현우가 지키는 상대 골문을 열어젖혔다.
전반 40분 주민규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한 수원FC에 리드를 안기는 골이었다.
페널티아크에서 강상윤이 내준 공을 손준호가 오른발로 강하게 찬 게 김민준의 몸에 맞고 굴절된 채로 울산의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중국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손준호는 돌연 지난해 5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다.
혐의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10개월이나 중국의 철창 안에서 지낸 손준호는 지난 3월 풀려나 어렵게 귀국했다.
지난 6월 수원FC에 입단하며 K리그로 돌아온 손준호는 그달 22일 복귀전을 치렀고, 이후 약 2달 만에 '복귀 골'까지 신고했다.
손준호가 K리그에서 골 맛을 본 건 2020년 10월 18일 전북 현대 소속으로 치른 광주FC전 이후 1천400일 만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그라운드 전 지역을 누비며 2-1 승리에 공헌한 손준호는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잊지 않고,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었다"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 끝까지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손준호는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2020년 K리그에서 (내가) 활약했던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봤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웃기도 했다.
손준호는 팬, 가족뿐 아니라 자신을 받아준 수원FC 구단에도 감사를 전했다.
그는 "김은중 감독님께서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정말 많이 배려해주신다"며 "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FC 선수단은) 이름값만 봐도 K리그 다른 팀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조합을 잘 찾아서 경기장에 나서면 어느 팀과 붙어도 경쟁력이 있다"며 자부심도 드러냈다.
손준호의 활약으로 승점 3을 챙긴 수원FC(승점 44)는 5위로 올라섰다. 2위 김천상무(승점 46), 3위 울산 HD(승점 45) 등 선두권 팀과 격차를 좁혔다.
손준호는 "오늘 경기는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울산이라는 강팀과 원정 경기에서 승점 3을 가져갈 수 있어 기쁘다"며 "우리가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는, 그런 좋은 경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