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이번 우승은 신의 은혜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최경주는 54세 생일을 맞은 19일 제주도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우승한 뒤 1차 연장전의 상황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5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박상현과 동타를 이룬 뒤 1차 연장전에 들어간 최경주는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워터 해저드 구역으로 보냈다.
최경주는 "치는 순간 '물에 빠졌구나' 생각했는데 갤러리 반응을 보니 공이 살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경주의 공은 개울 안에 돌로 둘러싸여 작은 섬처럼 생긴 곳에 살포시 놓여 있었다. 덕분에 최경주는 벌타를 받지 않고 세 번째 샷을 할 수 있었다.
최경주는 "공 30㎝ 앞에 돌이 있어 54도 웨지보다 59도 웨지로 샷을 했는데 그린 위에 잘 올라가 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차 연장전 위기를 넘긴 최경주는 2차전에서 파를 잡아 보기에 그친 박상현을 꺾고 최고령 우승이자 KPGA 투어 통산 17승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최경주는 "이 샷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평생 못 잊을 장면이 될 것"이라며 "이 작은 섬에 'K.J. Choi 아일랜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498경기를 출전한 최경주는 앞으로 2경기를 더 채워 5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최경주는 "500경기를 채우면 PGA 투어에서도 기념행사를 열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대 챔피언 자격으로 나갈 수 있는 대회에서 이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