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삼성 라이온즈가 1-0으로 앞선 5회 2사 1루에서 1루 주자 구자욱은 1루에 귀루하려다 역동작에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구자욱이 엉금엉금 기는 사이, 타석에 선 데이비드 맥키넌은 유격수 쪽으로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재빨리 일어난 구자욱은 2루에 도착했고, 내야 안타로 1루를 밟은 맥키넌은 구자욱을 바라보며 머리를 감싸 쥐며 폭소했다.
구자욱은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1-0으로 승리한 뒤 당시 장면을 떠올리며 "제가 넘어졌을 때 맥키넌도 놀랐다고 한다. 속으로 '빨리 2루에 도착해라'라고 생각했다는데, 키움 유격수가 1루에 송구해서 운 좋게 안타가 돼서 웃었다더라"고 했다.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은 맥키넌은 타율 0.389(95타수 37안타)에 3홈런, 1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98로 맹활약을 이어간다.
성적만 좋은 게 아니라 이종열 삼성 단장에게 저년차 선수 야구용품 지원을 건의할 정도로 팀을 생각한다.
구자욱은 "맥키넌이 정말 잘해준다. 저희 팀 분위기 살리는 데 일등 공신이다. 저희와 어울리기 위해 정말 노력한다. 한국 선수 못지않게 친화력이 있다. 어린 선수에게 좋은 영향력도 많이 줘서 고맙다"고 했다.
1994년생인 맥키넌은 1993년에 태어난 구자욱보다 동생이다.
구자욱은 "아직 '형'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날 키움에 11-0으로 이긴 삼성은 17승 12패 1무, 승률 0.586으로 리그 3위를 달린다.
개막을 앞두고는 약체로 분류됐지만, 젊은 선수의 대활약에 불펜 안정화로 돌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구자욱은 "우리 팀 새로운 얼굴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성윤이나 (김)지찬이는 KBO에서 손꼽는 주력을 가졌다. 나가서 흔들어주고 하면 상대가 흔들릴 수 있다. (이)재현이와 (김)영웅이는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해준다"고 고마워했다.
그 중심을 잡아주는 게 구자욱이다.
타율 0.336(113타수 38안타)을 기록 중인 구자욱은 팀 내 최다 안타와 최다 타점(24개)을 책임지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구자욱은 5회 키움 선발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균형을 깨는 1타점 선제 결승 적시타를 때렸다.
안타를 치고 유난히 화려한 세리머니를 보여줬던 구자욱은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라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첫 득점이고 선취점이 중요한 상황이라 사소한 것 하나가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해서 세리머니를 크게 했다"고 했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순위표 바로 위에 있는 팀만 잡는 게 지금 삼성 선수단의 목표다.
구자욱은 "저희는 저희 할 일을 할 뿐이다. 저희보다 위에 있는 팀을 매 경기 따라가게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