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방울소리를 따라간 썰

어느 여름날의 방울소리를 따라간 썰

링크핫 0 71 2022.11.11 18:04
                           

여름날이었다.
그날은 서늘했다.
더워야 하는 여름이지만 옅게 불어오는 바람때문인지
차갑게 느껴졌다.

평소대로라면 퇴근후 곧장 집으로 가서 맥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겠지만 그날은 왠지 동네를 걷고 싶어졌다.
내가 사는 곳은 달동네여서 집이 층층이 있다.
그에따라 수많은 골목들이 즐비한데 왠지 그 골목 사이로 들어가 보고 싶은것이다.
이곳에 이사온지는 3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나는 거주하는 동네의 구조나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날은 금요일이고 하니 나는 마음놓고 내 앞에 마주한 골목에 들어갔다. 골목은 매우 어두웠으나 나는 앞쪽의 불빛에 의지하여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던 차에 짤랑 거리는 방울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장 그 곳을 쳐다봤고 그곳엔 검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목에는 은색 방울을 달고 있었다.

그 방울소리와 고양이의 몽롱한 눈은 마치 나에게 그 고양이를 따라 가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나에게 고양이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히 일었다. 그는 빠르게 골목을 지나 동네의 위로 올라갔다. 나는 방울소리에 의지해 쫓아갔고 도착한 곳에는 작은 불상과 한 사람이 들어갈만한 구멍이 있었다.

고양이는 뒤돌아 나를 한번 휙 쳐다보더니 그 구멍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구멍은 얼마나 깊은지 고양이의 방울 소리가 청명히 짤랑거리며 메아리 치고 있었다.
나는 홀린듯 그 구멍에 들어가려 하는 찰나 전화가 울렸고 그것은 어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는 전화를 받았고 어머니는 전날 검은 고양이 꿈을 꾸었는데 너무 불길하여 연락하였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길로 골목을 내려가 집으로 향했다.
몽롱했던 정신은 다시 돌아왔으며 나는 그곳을 내려와 곧바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그곳을 가보았는데 그곳에는 불상만 있을뿐 구멍은 흔적도 없었다.
만약 내가 그 구멍에 들어갔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고양이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직도 서늘한 여름날이면 그곳을 다시 가보곤한다.
그리고 이글을 적고 있는 지금..
"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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